전라남도 고흥 1박2일 여행 가볼만한곳 녹동항, 소록도, 거금도, 팔영산, 커피마을
댓글
0
조회
40116
tripinfo
늦은 저녁시간, 한 통의 전화가 울린다.
함께 여행을 하며 친하게 된 지인으로부터의 전화이다.
이번에 전라남도 고흥을 1박2일 여행할 예정인데 함께 갈 수 있냐는 물음에 두말 않고 가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전라남도 고흥은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이기 때문에 흔쾌히 가겠다는 대답을 했다.
전화를 끊고나서 머리속으로 전라남도 고흥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내가 고흥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건 소록도가 있고, 나로호 발사 장소였다는 것뿐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고흥을 발견하게 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일을 기다렸다.
우리나라 남쪽 끝에 있는 고흥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1박2일간 고흥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이른 아침 출발해야 한다.
전날 밤 잠들기 전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과 여행의 설렘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출발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로 향했다.
녹동항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함께 여행하는 일행들과 만나 반가운 인사는 나누고 약속시간에 맞춰 서울을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시원하게 5시간 가까이 달려 점심시간 즈음 전라남도 고흥 녹동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도 동쪽, 서쪽, 남쪽 3면이 바다인 반도 지형인데 고흥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북쪽을 제외한 3면이 바다인 반도 지형이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잔잔한 초록빛 바다가 나를 반겨준 고흥 녹동항은 규모가 커서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고흥의 서남쪽에 있는 항구로 인근 지역의 해산물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그런 탓으로 각족 수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성실산장어숯불구이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비봉로 177 주식회사롯데삼강
점심 식사는 녹동항 바다정원 앞에 있는 성실식당에서 먹었다.
메뉴는 장어탕이다.
처음 먹어보는 장어탕으로 어떤 맛일까 기대를 갖고 테이블 위에 놓인 장어탕의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정말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국물 맛이 끝내준다.
장어를 토막토막 잘라 그 모양 그대로 탕 안에 들어있었다.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장어를 숟가락으로 떠서 맛보았는데,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씹히는 식감이 너무 좋다.
맛있는 장어탕으로 점심을 먹고 나와 본격적인 고흥 여행을 시작한다.
먼저 향할 곳은 소록도이다.
녹동항과 소록도 사이에 10년 전인 2009년 길이 1,160m의 왕복 2차선 소록대교가 완공되어 섬과 육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녹동항을 출발한 차는 바다 위에 놓인 소록대교를 건너 5분 만에 소록도에 도착했다.
국립소록도병원한센병박물관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해안길 65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 박물관
이번 고흥 여행에서 소록도를 여행한 것은 내게 가장 큰 의미였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섬 소록도였기에 섬에 첫발을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고 조심스럽다.
섬이 작은 사슴을 닮아 붙여진 이름 소록도에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한센병 환자와 소록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방문한 곳은 2016년 개관한 국립소록도병원 안에 있는 한센병 박물관이다.
아래로는 녹동항과 소록도 사이에 소록대교가 놓이고, 위로는 소록도와 거금도 사이에 거금대교가 놓여 자동차를 이용해 언제든 오갈 수 있다.
소록도의 면적은 4.42km2로 작은 섬이다.
일본에 의해 한센병 환자가 처음으로 소록도에 격리되어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이다.
소록도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이 당시 어떤 삶을 이어왔는지에 대한 역사는 이곳 박물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시관을 돌아보다 긴 시간 나의 발걸음을 붙잡은 공간은 감금실이다.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물이 바로 이 감금실이기 때문이다.
한센병 환자는 이곳에서 강제 노역과 폭행, 감금, 낙태, 차별 등의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소록도중앙공원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박물관을 나와 맞은편에 있는 중앙공원으로 향했다.
중앙공원 또한 한센인이 3년 4개월간 연인원 6만여 명이 강제 노역으로 동원돼 1936년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공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이곳은 검시실이다.
검시실은 사망한 환자의 검시와 해부실로 사용되었다.
방금 전 박물관에서 보았던 감금실이다.
감금실 벽면 창살이 쳐진 작은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쓸쓸한 주검을 맞이했을까?
소록도 자료관으로 과거 생활용품 등 전시물이나 사진을 통해 당시의 삶의 흔적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자료관 바닥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장관 등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남기신 글들이 적혀있다.
한센인의 강제 노역으로 조성된 19,800m2크기의 중앙공원은 소나무와 향나무 등 오래된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현재는 확장공사를 거처 25,000m2로 커졌다.
곳곳에 있는 탑과 비석 등을 발견할 때면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의미 되새겨 보았다.
고흥 가볼만한곳으로 꼭 오고 싶었던 소록도를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돌아보았다.
옥룡삼거리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역사의 현장인 소록도를 나와 이어진 길을 따라 거금대교를 지나 거금도에 도착했다.
낙타 모양의 섬 거금도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섬이었으나 다른 섬들이 방조제 등 확장공사로 크기를 늘려 현재는 열 번째로 큰 섬이 되었다.
거금도는 녹동항에서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를 지나 소록도에서 거금도까지 이어지는 길이 2,028m의 거금대교 다리가 놓이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섬이 되었다.
큰 금맥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거금도라는 지명이지만 실제 금은 생산되지 않았다.
거금도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데 좌측으로 낯익은 분의 이름이 보인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국민 스포츠 중 하나는 프로 레슬링이었다.
프로 레슬링 선수 중 우리나라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던 박치기왕 김일이란 분이 계신다.
역도산의 제자인 김일은 경기 중 일본 선수의 반칙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박치기로 상대를 제압해 결국 승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이곳 거금도에 그의 동상에 세워져 있는 김일체육관이 있어 잠시 돌아보았다.
김일 체육관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고흥 7경 전망대 앞에 잠시 차를 세웠다.
거금도에서 바라보는 남도 바다이다.
바다에서는 바둑판처럼 만들어진 양식장이 있고 그 너머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병풍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익금해수욕장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거금도에는 많은 해수욕장들이 있는데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익금해수욕장이다.
해안선은 900m이고 폭은 50m이다.
해변으로 해초들이 쌓여 있는데 아마도 바다에서 양식하는 해초들인 것 같다.
양말을 벗고 시원한 남도 바다에 발을 담가 본다.
수심이 완만해 이곳 해수욕장은 여름에 가족 피서지로 좋을듯하다.
해수욕장 앞으로 수시로 양식장과 포구를 오가는 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수욕장 앞으로 오간 배들은 바다에서 다시마를 건져오기 위함이었다.
익금해수욕장의 맞은편 산비탈에는 바다에서 양식한 다시마들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다시마들은 모두 수협으로 가져가 판매되고 이후 우리 식탁에 오른다.
우리 일행에게 이곳을 소개해주시던 마을 분은 선뜻 말린 다시마를 선물로 주셨다.
인심 넉넉한 고흥 여행길이다.
금장해변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익금해수욕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해변에 소나무가 아름다운 금장 마을의 금장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금장 마을은 금이 많이 묻혀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해변의 한쪽 편은 모래이고 다른 쪽은 작은 몽돌들이다.
파도에 실려온 바닷물이 몽돌 위를 오르내리며 내는 몽돌 소리가 참 좋다.
오천몽돌해변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오천항이다.
바다에서 빠른 속도로 파도를 가르며 배 한 척이 포구로 들어온다.
배에는 바다에서 양식한 다시마가 가득 실려있다.
크레인을 이용해 다시마를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다시마들 또한 익금해수욕장에서 보았듯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말린 후 수협에 판매될 것이다.
오천 몽돌해변의 둥근 돌들은 금장해수욕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삼보횟집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목넘가는길 2 일반음식점
거금도 여행을 마치고 다시 녹동항으로 돌아와 삼보 횟집에서 싱싱한 회로 저녁식사를 했다.
일행 중에 회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있어 그분들 몫까지 원 없이 회 맛을 보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회 맛 너무 좋다.
싱싱한 회에 이어 나온 매운탕까지 정말 완벽한 저녁식사였다.
금산(거금도)선착장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저녁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녹동항으로 나와 소록대교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남도의 일몰 참 아름답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장기산선암길 353 천문과학관
저녁식사를 마치고 고흥의 밤하늘을 보기 위해 고흥우주천문과학관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왔으면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남도 바다의 풍경을 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은 800mm 대형 망원경 1대와 보조망원경 8대, 교육용 망원경 12대를 보유하고 있고, 3D 천체 투영실이 있고, 다양한 천체 자료관을 갖추고 있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에서 바라본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총총 떠 있었다.
일행은 서로 낯익은 별자리를 찾아내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일행 모두를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오후 2시에 문을 여니 참고하기 바란다.
고흥군수협녹동지점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목넘가는길 19
녹동항 근처 모텔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녹동항으로 나가보았다.
녹동항의 아침은 하루 중에서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밤새 어선이 바다에 나가 잡아온 수산물의 경매가 동시에 3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경매사가 물건을 지목하면 구매자는 손으로 의사를 표시하면서 빠르게 수산물들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남일식당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우주항공로 3
오늘 아침 식사는 밤을 보냈던 숙소 옆에 있는 남일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다.
남도의 백반은 서울의 한정식 부럽지 않다.
테이블 가득 음식들이 놓이고 하나하나의 음식들 모두 정말 맛있다.
백반은 남도 여행의 백미인듯하다.
진수성찬 백반으로 든든히 아침을 먹고 힘차게 1박2일 고흥 여행을 이어나간다.
능가사
전라남도 고흥군 점암면 팔봉길 21
팔영산 능가사이다.
417년 아도가 보현사란 이름으로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나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탄 뒤 1644년 벽천이 중창하여 능가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능가사 뒤로는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이곳에서 팔영산까지 다녀오려면 4~5시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목조 사천왕상을 지나 경내에 들어섰다.
경내의 넓이에 비해 건물들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다.
능가사 대웅전은 앞면 5칸, 옆면 3칸의 팔각지붕으로 조선의 중 후기인 18세기 중엽에 중건되었다.
힐링을 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경내를 돌아보았다.
치유의 숲
전라남도 고흥군 영남면 금사리 1330
이곳은 416ha의 편백나무숲이 우거진 팔영산 치유의 숲이다.
현재 정식 개장을 앞두고 시범운영 중으로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테라피센터 안에 들어서니 나무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에만 있어도 몸이 건강해지는 듯하다.
테라피 센터는 2개 동으로 일반동에서는 편백볼 쉼터, 노르딕 워킹, 명상, 원예치유실과 다목적 강당이 있고, 특화동에는 수치유실, 온열실, 족욕실, 반신욕실, 원적외선실, 카페테리아 등이 있다.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편백나무가 가득하다.
적당히 땀 흘리며 트래킹도 하고, 숲속 벤치에 누워 숲이 내어주는 좋은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참 좋은 곳이다.
동방기사식당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 고흥로 2925-3
한적한 시골길에 오랜 역사를 가진 기사식당 거리가 있다.
1박2일 고흥 여행에서 마지막 식사를 이곳 기사식당에서 한다.
메뉴는 8,000 원하는 삼겹살 백반으로 단 한 가지다.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인원수에 맞게 음식이 차려진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삼겹살을 잘 익혀 상추에 싸먹고,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맛보다 보니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모두 먹어치웠다.
고흥커피사관학교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 원연등길 72-5 과역동초등학교
커피마을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 문화마을길 13-50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고흥커피사관학교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생소한 고흥커피를 새롭게 발견했다.
고흥커피사관학교는 6천여 평에 이르는 농장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체험과 교육을 하는 곳으로 폐교한 과역동초등학교에 자리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바리스타 교육, 라테아트, 로스팅 교육 등이 있다.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데 커피나무를 돌아보고 시음을 하는 기본 프로그램과 로스팅 머신 체험, 수망 로스팅 체험, 핸드드립 체험, 바리스타 체험, 라테아트 체험, 나무 심기 체험 등이 있다.
언덕 위 커피마을은 마치 외국을 연상시킨다.
전라남도 고흥 여행으로 1박2일간 녹동항, 소록도 방문과 거금도, 우주천문과학관, 팔영산과 커피마을까지 바쁘게 돌아보았다.
이외에도 나로도를 비롯해 남열리, 영남 용바위, 비자나무숲 등 다양한 테마의 고흥 가볼만한곳은 많다.
이번 1박2일 고흥 여행을 통해 소록도의 가슴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삶의 현장인 바다를 터전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도인의 삶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엔 가족과 함께 더 긴 기간 고흥에 머물며 여행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고장이다.
함께 여행을 하며 친하게 된 지인으로부터의 전화이다.
이번에 전라남도 고흥을 1박2일 여행할 예정인데 함께 갈 수 있냐는 물음에 두말 않고 가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전라남도 고흥은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이기 때문에 흔쾌히 가겠다는 대답을 했다.
전화를 끊고나서 머리속으로 전라남도 고흥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내가 고흥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건 소록도가 있고, 나로호 발사 장소였다는 것뿐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고흥을 발견하게 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일을 기다렸다.
우리나라 남쪽 끝에 있는 고흥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1박2일간 고흥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이른 아침 출발해야 한다.
전날 밤 잠들기 전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과 여행의 설렘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출발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로 향했다.
녹동항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함께 여행하는 일행들과 만나 반가운 인사는 나누고 약속시간에 맞춰 서울을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시원하게 5시간 가까이 달려 점심시간 즈음 전라남도 고흥 녹동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도 동쪽, 서쪽, 남쪽 3면이 바다인 반도 지형인데 고흥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북쪽을 제외한 3면이 바다인 반도 지형이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잔잔한 초록빛 바다가 나를 반겨준 고흥 녹동항은 규모가 커서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고흥의 서남쪽에 있는 항구로 인근 지역의 해산물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그런 탓으로 각족 수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성실산장어숯불구이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비봉로 177 주식회사롯데삼강
점심 식사는 녹동항 바다정원 앞에 있는 성실식당에서 먹었다.
메뉴는 장어탕이다.
처음 먹어보는 장어탕으로 어떤 맛일까 기대를 갖고 테이블 위에 놓인 장어탕의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정말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국물 맛이 끝내준다.
장어를 토막토막 잘라 그 모양 그대로 탕 안에 들어있었다.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장어를 숟가락으로 떠서 맛보았는데,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씹히는 식감이 너무 좋다.
맛있는 장어탕으로 점심을 먹고 나와 본격적인 고흥 여행을 시작한다.
먼저 향할 곳은 소록도이다.
녹동항과 소록도 사이에 10년 전인 2009년 길이 1,160m의 왕복 2차선 소록대교가 완공되어 섬과 육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녹동항을 출발한 차는 바다 위에 놓인 소록대교를 건너 5분 만에 소록도에 도착했다.
국립소록도병원한센병박물관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해안길 65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 박물관
이번 고흥 여행에서 소록도를 여행한 것은 내게 가장 큰 의미였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섬 소록도였기에 섬에 첫발을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고 조심스럽다.
섬이 작은 사슴을 닮아 붙여진 이름 소록도에는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한센병 환자와 소록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방문한 곳은 2016년 개관한 국립소록도병원 안에 있는 한센병 박물관이다.
아래로는 녹동항과 소록도 사이에 소록대교가 놓이고, 위로는 소록도와 거금도 사이에 거금대교가 놓여 자동차를 이용해 언제든 오갈 수 있다.
소록도의 면적은 4.42km2로 작은 섬이다.
일본에 의해 한센병 환자가 처음으로 소록도에 격리되어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이다.
소록도에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이 당시 어떤 삶을 이어왔는지에 대한 역사는 이곳 박물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시관을 돌아보다 긴 시간 나의 발걸음을 붙잡은 공간은 감금실이다.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병 환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물이 바로 이 감금실이기 때문이다.
한센병 환자는 이곳에서 강제 노역과 폭행, 감금, 낙태, 차별 등의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소록도중앙공원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박물관을 나와 맞은편에 있는 중앙공원으로 향했다.
중앙공원 또한 한센인이 3년 4개월간 연인원 6만여 명이 강제 노역으로 동원돼 1936년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공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이곳은 검시실이다.
검시실은 사망한 환자의 검시와 해부실로 사용되었다.
방금 전 박물관에서 보았던 감금실이다.
감금실 벽면 창살이 쳐진 작은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쓸쓸한 주검을 맞이했을까?
소록도 자료관으로 과거 생활용품 등 전시물이나 사진을 통해 당시의 삶의 흔적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자료관 바닥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유시민 장관 등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남기신 글들이 적혀있다.
한센인의 강제 노역으로 조성된 19,800m2크기의 중앙공원은 소나무와 향나무 등 오래된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현재는 확장공사를 거처 25,000m2로 커졌다.
곳곳에 있는 탑과 비석 등을 발견할 때면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의미 되새겨 보았다.
고흥 가볼만한곳으로 꼭 오고 싶었던 소록도를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돌아보았다.
옥룡삼거리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역사의 현장인 소록도를 나와 이어진 길을 따라 거금대교를 지나 거금도에 도착했다.
낙타 모양의 섬 거금도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섬이었으나 다른 섬들이 방조제 등 확장공사로 크기를 늘려 현재는 열 번째로 큰 섬이 되었다.
거금도는 녹동항에서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를 지나 소록도에서 거금도까지 이어지는 길이 2,028m의 거금대교 다리가 놓이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섬이 되었다.
큰 금맥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거금도라는 지명이지만 실제 금은 생산되지 않았다.
거금도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데 좌측으로 낯익은 분의 이름이 보인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국민 스포츠 중 하나는 프로 레슬링이었다.
프로 레슬링 선수 중 우리나라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던 박치기왕 김일이란 분이 계신다.
역도산의 제자인 김일은 경기 중 일본 선수의 반칙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박치기로 상대를 제압해 결국 승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이곳 거금도에 그의 동상에 세워져 있는 김일체육관이 있어 잠시 돌아보았다.
김일 체육관을 지나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고흥 7경 전망대 앞에 잠시 차를 세웠다.
거금도에서 바라보는 남도 바다이다.
바다에서는 바둑판처럼 만들어진 양식장이 있고 그 너머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병풍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익금해수욕장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거금도에는 많은 해수욕장들이 있는데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익금해수욕장이다.
해안선은 900m이고 폭은 50m이다.
해변으로 해초들이 쌓여 있는데 아마도 바다에서 양식하는 해초들인 것 같다.
양말을 벗고 시원한 남도 바다에 발을 담가 본다.
수심이 완만해 이곳 해수욕장은 여름에 가족 피서지로 좋을듯하다.
해수욕장 앞으로 수시로 양식장과 포구를 오가는 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수욕장 앞으로 오간 배들은 바다에서 다시마를 건져오기 위함이었다.
익금해수욕장의 맞은편 산비탈에는 바다에서 양식한 다시마들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다시마들은 모두 수협으로 가져가 판매되고 이후 우리 식탁에 오른다.
우리 일행에게 이곳을 소개해주시던 마을 분은 선뜻 말린 다시마를 선물로 주셨다.
인심 넉넉한 고흥 여행길이다.
금장해변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익금해수욕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해변에 소나무가 아름다운 금장 마을의 금장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금장 마을은 금이 많이 묻혀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해변의 한쪽 편은 모래이고 다른 쪽은 작은 몽돌들이다.
파도에 실려온 바닷물이 몽돌 위를 오르내리며 내는 몽돌 소리가 참 좋다.
오천몽돌해변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
오천항이다.
바다에서 빠른 속도로 파도를 가르며 배 한 척이 포구로 들어온다.
배에는 바다에서 양식한 다시마가 가득 실려있다.
크레인을 이용해 다시마를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다시마들 또한 익금해수욕장에서 보았듯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말린 후 수협에 판매될 것이다.
오천 몽돌해변의 둥근 돌들은 금장해수욕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삼보횟집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목넘가는길 2 일반음식점
거금도 여행을 마치고 다시 녹동항으로 돌아와 삼보 횟집에서 싱싱한 회로 저녁식사를 했다.
일행 중에 회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있어 그분들 몫까지 원 없이 회 맛을 보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회 맛 너무 좋다.
싱싱한 회에 이어 나온 매운탕까지 정말 완벽한 저녁식사였다.
금산(거금도)선착장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저녁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녹동항으로 나와 소록대교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남도의 일몰 참 아름답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장기산선암길 353 천문과학관
저녁식사를 마치고 고흥의 밤하늘을 보기 위해 고흥우주천문과학관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왔으면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남도 바다의 풍경을 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은 800mm 대형 망원경 1대와 보조망원경 8대, 교육용 망원경 12대를 보유하고 있고, 3D 천체 투영실이 있고, 다양한 천체 자료관을 갖추고 있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에서 바라본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총총 떠 있었다.
일행은 서로 낯익은 별자리를 찾아내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일행 모두를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오후 2시에 문을 여니 참고하기 바란다.
고흥군수협녹동지점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목넘가는길 19
녹동항 근처 모텔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녹동항으로 나가보았다.
녹동항의 아침은 하루 중에서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밤새 어선이 바다에 나가 잡아온 수산물의 경매가 동시에 3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경매사가 물건을 지목하면 구매자는 손으로 의사를 표시하면서 빠르게 수산물들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남일식당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우주항공로 3
오늘 아침 식사는 밤을 보냈던 숙소 옆에 있는 남일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다.
남도의 백반은 서울의 한정식 부럽지 않다.
테이블 가득 음식들이 놓이고 하나하나의 음식들 모두 정말 맛있다.
백반은 남도 여행의 백미인듯하다.
진수성찬 백반으로 든든히 아침을 먹고 힘차게 1박2일 고흥 여행을 이어나간다.
능가사
전라남도 고흥군 점암면 팔봉길 21
팔영산 능가사이다.
417년 아도가 보현사란 이름으로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나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탄 뒤 1644년 벽천이 중창하여 능가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능가사 뒤로는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이곳에서 팔영산까지 다녀오려면 4~5시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목조 사천왕상을 지나 경내에 들어섰다.
경내의 넓이에 비해 건물들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다.
능가사 대웅전은 앞면 5칸, 옆면 3칸의 팔각지붕으로 조선의 중 후기인 18세기 중엽에 중건되었다.
힐링을 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경내를 돌아보았다.
치유의 숲
전라남도 고흥군 영남면 금사리 1330
이곳은 416ha의 편백나무숲이 우거진 팔영산 치유의 숲이다.
현재 정식 개장을 앞두고 시범운영 중으로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테라피센터 안에 들어서니 나무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에만 있어도 몸이 건강해지는 듯하다.
테라피 센터는 2개 동으로 일반동에서는 편백볼 쉼터, 노르딕 워킹, 명상, 원예치유실과 다목적 강당이 있고, 특화동에는 수치유실, 온열실, 족욕실, 반신욕실, 원적외선실, 카페테리아 등이 있다.
숲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편백나무가 가득하다.
적당히 땀 흘리며 트래킹도 하고, 숲속 벤치에 누워 숲이 내어주는 좋은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참 좋은 곳이다.
동방기사식당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 고흥로 2925-3
한적한 시골길에 오랜 역사를 가진 기사식당 거리가 있다.
1박2일 고흥 여행에서 마지막 식사를 이곳 기사식당에서 한다.
메뉴는 8,000 원하는 삼겹살 백반으로 단 한 가지다.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인원수에 맞게 음식이 차려진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삼겹살을 잘 익혀 상추에 싸먹고,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맛보다 보니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모두 먹어치웠다.
고흥커피사관학교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 원연등길 72-5 과역동초등학교
커피마을
전라남도 고흥군 과역면 문화마을길 13-50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고흥커피사관학교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생소한 고흥커피를 새롭게 발견했다.
고흥커피사관학교는 6천여 평에 이르는 농장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체험과 교육을 하는 곳으로 폐교한 과역동초등학교에 자리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바리스타 교육, 라테아트, 로스팅 교육 등이 있다.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데 커피나무를 돌아보고 시음을 하는 기본 프로그램과 로스팅 머신 체험, 수망 로스팅 체험, 핸드드립 체험, 바리스타 체험, 라테아트 체험, 나무 심기 체험 등이 있다.
언덕 위 커피마을은 마치 외국을 연상시킨다.
전라남도 고흥 여행으로 1박2일간 녹동항, 소록도 방문과 거금도, 우주천문과학관, 팔영산과 커피마을까지 바쁘게 돌아보았다.
이외에도 나로도를 비롯해 남열리, 영남 용바위, 비자나무숲 등 다양한 테마의 고흥 가볼만한곳은 많다.
이번 1박2일 고흥 여행을 통해 소록도의 가슴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삶의 현장인 바다를 터전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남도인의 삶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엔 가족과 함께 더 긴 기간 고흥에 머물며 여행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고장이다.